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44

영화 〈파수꾼〉 리뷰, 주제와 배우들의 연기 무너진 우정의 균열을 따라가는 시선서론 – 한국 독립영화의 숨은 걸작〈파수꾼〉은 윤성현 감독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작품으로 만든 장편 영화입니다. 그러나 학생 영화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만큼 완성도가 높고, 인물과 관계를 해부하는 시선은 날카롭습니다. 2011년 개봉 이후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과 각종 영화제의 주목을 받으며, 한국 독립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줄거리 – 남겨진 자의 추적영화는 고등학생 기태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아버지(조성하)는 아들의 죽음의 이유를 찾기 위해 기태의 친구들을 찾아가고, 관객은 그 과정에서 뒤엉킨 관계와 파국의 조각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기태(이제훈), 희준(서준영), 동윤(박정민), 세 친구의 관계는 겉보기에 평범한 고등학교 우정처럼 보.. 2025. 8. 30.
영화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리뷰, 주제와 감상 포인트 〈판의 미로〉 리뷰 – 잔혹한 현실과 잃어버린 동화의 경계서론 – 동화와 잔혹사의 충돌〈판의 미로〉는 2006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발표한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22분간의 기립 박수를 받고, 아카데미 3개 부문(촬영상·미술상·분장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스페인 내전 이후 1944년 프랑코 정권 치하라는 역사적 현실을 배경으로 하면서, 동시에 기묘하고 환상적인 동화 세계를 펼쳐 보입니다. 델 토로는 현실과 환상, 잔혹함과 순수함을 교차시키며, 인간성과 잔혹성, 그리고 희망의 본질을 질문합니다.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일관되게 괴물에 집착해왔습니다. 그러나 그의 괴물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잔혹함과 주변부의 고독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판의 미로〉(2.. 2025. 8. 30.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리뷰, 은유와 감상 포인트 사랑은 어떤 형태로도 존재할 수 있다서론 – 괴물 영화로 포장된 동화〈셰이프 오브 워터〉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평생 집착해온 주제를 집약한 작품입니다. 그는 늘 괴물과 주변부의 존재를 통해 인간성의 본질을 탐구해왔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것을 한 편의 러브스토리로 승화시켰습니다. 배경은 냉전기의 미국, 폐쇄된 연구소라는 밀폐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 사랑은 단순히 인간과 괴물의 결합이 아니라, 사회에서 배제된 존재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연대하는 이야기로 확장됩니다.줄거리 – 말 없는 여성과 수중의 존재주인공 엘리사(샐리 호킨스)는 목소리를 잃은 채 살아가는 청소부입니다. 그녀는 매일 같은 일상 속에서 고립감을 안고 살아가지만, 연구소의 수조 속에서 수중 생명체와 마.. 2025. 8. 29.
영화 〈단지 세상의 끝〉 리뷰, 주제와 배우들의 연기 말해지지 않는 것들의 무게서론 – 자비에 돌란의 성숙한 전환점〈단지 세상의 끝〉은 캐나다 출신 천재 감독 자비에 돌란이 프랑스 배우들과 함께 만든 작품으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돌란은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파격적인 영상 언어와 청춘적 감수성을 넘어, 이번 영화에서는 훨씬 더 응축되고 내밀한 감정의 세계를 다룹니다. 영화는 인물들의 얼굴과 침묵, 그리고 폭발적인 대사 속에서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존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줍니다.줄거리 – 돌아온 아들, 말해지지 않는 진실이야기의 중심은 젊은 극작가 루이(가스파르 울리엘)입니다. 그는 오랜 시간 가족과 연락을 끊고 지내다, 어느 날 집을 찾습니다. 그러나 그의 방문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2025. 8. 29.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리뷰, 주제, 감상 포인트 잃어버린 세계를 기억하는 화려한 동화서론 – 웨스 앤더슨의 정점〈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2014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술, 분장, 의상, 음악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수상 실적에 있지 않습니다. 웨스 앤더슨 특유의 대칭 구도, 파스텔톤 색감, 미니어처 같은 세트 디자인은 물론이고, 20세기 초중반 유럽의 몰락과 그 속에서 피어난 인간적 연대와 희극적 비극을 동시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독보적입니다.줄거리 – 두 겹의 이야기영화는 액자식 구조로 전개됩니다. 현대의 작가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 속에서, 한 노인이 된 제로 무스타파가 젊은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젊은 제로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로비 보이였고, 그곳의 전설.. 2025. 8. 29.
영화 〈디스트릭트 9〉 리뷰, 주제와 사회적 은유 외계인의 얼굴로 비춘 인간 사회서론 – 낯선 SF, 낯설지 않은 현실〈디스트릭트 9〉은 2009년 개봉 당시 SF 장르의 전형을 뒤집으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외계인의 난민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속에는 냉혹한 현실 정치와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비판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거대한 외계 우주선이 도착한다는 설정은 충격적이지만, 외계인들이 난민처럼 격리된 빈민 구역 ‘디스트릭트 9’에 수용되는 이야기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세계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이 영화는 외계인을 등장시킴으로써 오히려 인간 사회를 가장 날카롭게 고발하는 리얼리티를 창조했습니다.줄거리 – 관리자가 된 피해자주인공 위커스 반 데 메르베(샬토 코플리)는 외계인 집단.. 2025.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