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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광한 영화 리뷰 –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첫사랑 아이콘에서 새로운 얼굴로배우에게는 평생 따라다니는 얼굴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반항아의 얼굴로, 다른 누군가는 선한 이웃의 얼굴로 우리 기억 속에 남죠. 대만 배우 허광한을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은 아마 〈상견니〉의 ‘리쯔웨이’를 떠올릴 겁니다. 쨍한 햇살 아래 흰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던 그 소년. 허광한이라는 이름은 어느새 우리 모두의 첫사랑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신작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궁금했습니다. 그는 과연 자신의 가장 빛나는 얼굴을 넘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영화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은 그 질문에 대한 허광한의 진솔한 대답처럼 느껴집니다. 영화는 성공한 게임 개발자이지만 어딘가 공허해 보이는 36살의 ‘지미’(허광한)로부.. 2025. 9. 15.
오래된 연애를 기억하는 이들을 위한 영화 <비포 미드나잇> 비포 미드나잇사랑이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변하는지 궁금했다. 밤새 걸으면서 느꼈던 그 설렘이, 일상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는지.이 영화가 그 답을 준다. 조용하지만 깊게.비포 3부작의 마지막이다. 제시와 셀린느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났다. 첫 영화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두 번째에서 다시 만나 끝내지 못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이제, 부부가 됐다. 아이 둘을 키우며 산다.배경은 그리스다. 한적한 시골 마을. 햇살은 따사롭고, 바다는 조용하다. 풍경은 아름답다. 근데 대화는 더 이상 낭만적이지 않다.삶이 달라졌다. 감정은 단단해졌고, 관계는 복잡해졌다. 파리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 설렘은 이제 일상 속 어딘가에 묻혀있다.영화는 제시와 셀린느의 하루를 따라간다. 공항, 차 안, 점심 식사, 산책, 호텔방... 2025. 9. 11.
연애 감정을 잊은 이들을 위한 영화 <비포 선셋> 비포 선셋9년이 지났다. 제시와 셀린느가 다시 만난다. 이번엔 파리다.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두 번째 비포 시리즈다. 전작 비포 선라이즈에서 비엔나 기차역에서 헤어진 두 사람이, 9년 만에 파리 서점에서 마주친다. 우연인지 운명인지는 모르겠다.제시는 작가가 됐다.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 그 책이 바로 9년 전 셀린느와의 하룻밤 이야기다. 파리 서점에서 북토크를 하는데, 셀린느가 온다.둘은 눈이 마주친다. 그 순간의 표정이 다 말한다.영화는 거의 실시간으로 흐른다. 8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두 사람이 파리를 걷는다. 그게 전부다.큰 사건? 없다. 액션? 없다. 그냥 걷고, 이야기하고, 카페에 앉고, 또 걷는다.근데 지루하지 않다. 전혀.북토크가 끝나고 제시에게 시간이 얼마 없다. 공항 가는 .. 2025. 9. 11.
컴플리트 언노운 - 무한히 새로워지는 이야기 컴플리트 언노운1960년대 뉴욕. 거리는 낡았고, 공기는 무거웠다. 냉전, 불안, 방향을 잃은 청춘들. 근데 이상하게도 그 속에서 사람들은 노래했다.작은 클럽, 카페 구석에서 누군가가 기타를 쳤다. 아직은 낯선 얼굴. 곧 세상의 귀를 사로잡을 청년. 밥 딜런.제임스 망골드 감독 작품이다. 티모시 샬라메가 밥 딜런을 연기한다. 2024년 영화.영화는 딜런의 전 생애를 다루지 않는다. 그가 '밥 딜런'이 되기 전, 그 순간에 집중한다.1961년, 미네소타에서 온 스무 살 청년. 기타 하나 메고 뉴욕에 온다. 그리니치 빌리지. 포크 음악의 심장.작은 클럽에서 공연한다. 관객은 별로 없다. 담배 연기 자욱하고, 술 냄새 나고. 근데 딜런은 노래한다.목소리가 특이하다. 예쁘지 않다. 거칠고, 비음 섞이고. 근데... 2025. 9. 11.
브루탈리스트: 콘크리트보다 단단한 것들 전후의 잔해 위에서, 인간을 짓는 사람〈브루탈리스트〉를 봤다. 첫 장면부터 뭔가... 눌렸다.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들, 잿빛 하늘, 그 속에 혼자 서 있는 남자. 건축가 라즐로(에이드리언 브로디). 이 사람은 그냥 건물 짓는 게 아니었다. 전쟁으로 다 무너진 세계 위에, 다시 '살아갈 이유'를 세우고 있었다.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사람. 미국에 와서 꿈꾸는 건 거창한 성공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근데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냉정했다.영화는 거기서 시작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 어딘가에서.처음엔 좀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보다 보니까 묘하게 마음이 뜨거워졌다. 라즐로가 콘크리트 블록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그 사람 마음에 생긴 균열도 같이 쌓이는 것 같았다. 벽을 .. 2025. 9. 5.
광해, 왕이 된 남자 - 진짜보다 더 뜨거웠던 가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에 개봉했다. 사극인데 사극 같지 않았다."만약 왕 대신 평범한 사람이 그 자리에 앉는다면?" 이 질문 하나로 시작하는 영화다.추창민 감독 작품이고, 이병헌이 주연을 맡았다. 1인 2역이다. 광해군과 광대 하선. 똑같이 생긴 두 사람.광해군은 두렵다. 암살 위협에 시달린다. 신하들도 믿을 수 없다.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잔다.그러다 자기랑 똑같이 생긴 광대를 발견한다. 하선이라는 이름의 떠돌이 광대. 얼굴만 같은 게 아니라 목소리까지 비슷하다.광해군이 결정한다. "너, 나 대신 왕 노릇 해봐."하선은 당황한다. 당연하다. 어제까지 광대였는데 오늘 갑자기 왕이라니.근데 해야 한다. 거절하면 죽는다.처음엔 엉망이다. 왕의 말투를 모른다. 예법도 모른다. 신하들 이름도 헷갈린다. .. 2025.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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