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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루탈리스트〉 리뷰 – 건축으로 읽는 인간의 욕망과 상처

by lazypenguinclub 2025. 9. 5.

전후 시대, 한 건축가의 초상

브레이디 코벳 감독의 〈브루탈리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의 그림자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찾으려는 건축가 라즐로(에이드리언 브로디)의 삶을 그립니다. 홀로코스트를 겪은 그는 미국으로 건너와 건축으로 자신만의 꿈을 짓고자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르고 자본의 벽은 높습니다. 영화는 이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거대한 허상과 예술가의 고독한 싸움을 함께 보여줍니다.

브루탈리즘의 질감, 영화의 언어가 되다

영화의 미술적인 면은 브루탈리즘 건축 양식을 많이 닮아 있습니다. 투박한 콘크리트, 각진 선, 무채색에 가까운 색감이 화면 전체를 지배하죠. 덕분에 단순히 인물이 말하는 대사가 아니라, 건축물 그 자체가 라즐로의 내면을 드러내는 언어처럼 다가옵니다. 촬영 역시 고전적인 비스타비전 방식을 택해 스케일과 미학을 동시에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예술과 자본 사이에서

영화에서 라즐로의 가장 큰 적은 흉악한 시대나 잔혹한 전쟁의 기억이 아닙니다. 그의 앞에는 자본주의자 해리슨(가이 피어스)이 있습니다. 창의성을 갈망하는 건축가와 통제와 이윤을 중시하는 자본가 사이의 갈등은 단순한 갈등을 넘어 예술이 어떻게 시대에 타협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습니다. 라즐로는 궁극적으로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디자인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에이드리언 브로디의 집중력

브로디는 라즐로의 외로움과 집착을 깊이 있게 표현합니다. 그의 시선조차도 과거 세대의 트라우마와 그의 예술적 열망을 드러냅니다. 그의 연기는 몰입도가 높아, 비평가들은 "배우가 아니라 진짜 건축가를 보는 것 같다"라고 평했습니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부담과 매혹 사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세 시간 반이 넘습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이 영화는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후반부가 다소 지루하다고 느낀 관객도 있었고, "이렇게밖에 주제를 다룰 수 없었다"는 평을 남긴 관객도 있었습니다. 분명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영화의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마무리 – 흔적을 짓는다는 것

〈브루탈리스트〉는 건축가의 전기를 다룬 영화가 아닙니다. 인간이 남기고 싶어 하는 흔적, 시대의 압력 속에서도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을 담아냅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나 자신이 아닐까?" 이 질문이 맴도는 순간, 영화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

  • 영화의 미적 언어로 활용된 브루탈리즘 건축
  • 전후 이민자들의 현실과 아메리칸 드림의 환상
  • 에이드리언 브로디의 강렬한 연기
  •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으로 인한 몰입과 피로의 양면적인 경험
  • 예술, 자본, 그리고 인간성의 갈등을 엮어낸 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