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63 퍼스널 쇼퍼 - 누군가의 욕망을 삽니다 누군가의 욕망을 사는 일〈퍼스널 쇼퍼〉를 봤다. 처음 30분은 뭔가 낯선 기분이 들었다.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하는 노라는 명품 구매대행인이다. 유명한 배우나 부자들을 위해 옷과 악세서리를 사주는 일을 한다.초반부 영화는 노라가 파리의 명품점을 돌아다니는 장면으로 이루어진다. 이 장면들이 계속된다.쇼핑백, 상품들, 가격표. 영화가 뭘 하려는 건지 알 수 없다.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는다. 이건 스릴러다.노라의 일은 남들이 원하는 것을 사는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취향으로 물건을 고르지 않는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이 과정이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명품점에서의 선택, 옷의 입혀봄, 가격 협상, 배송.그런데 이 반복되는 쇼핑 장면이 어떤 시점부터 낯설어진다. 일상적인 장면이 .. 2025. 10. 17. 렛미인 - 뱀파이어 아이들의 청량한 세상 아이는 아이들의 세상을 가지고 있다영화 장르가 뭔지 말하기 어렵다.호러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닌 것 같은데. 다 섞여 있다.이 영화는 아이 두 명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근데 한 명은 뱀파이어다.따라서 이건 사랑 이야기인가, 공포 이야기인가, 아니면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인가. 세 가지가 모두 맞고, 모두 아니다.오스카(카레 헤드비스트)는 12살 소년이다. 따돌림을 당한다.학교에서 친구도 없고, 집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떨어져 있다. 오스카는 혼자다.그는 매일 밤 날씨가 추워질 때까지 마당에 나가 앉는다. 혼자.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이.어느 날 밤, 옆집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 온다. 엘리(린다 모로악)라는 이름의 소녀.엘리도 혼자다. 나이도 오스카처럼 12살쯤 되어 보이는데, 뭔가 다르.. 2025. 10. 17. 미드나잇 인 파리 - 과거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영화 과거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영화〈미드나잇 인 파리〉를 봤다. 영화 시작 10분 만에 우디 앨런 감독이 자기 자신에 대해 만든 영화라는 걸 알겠더라.길 주인공 잭(오웬 윌슨)은 소설가인데, 작품이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한다. 너무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였다.그는 약혼녀 에이미(레이첼 맥애덤스)와 함께 파리로 휴가를 간다. 에이미는 자신의 부모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고, 잭은 파리 거리를 걷고 싶어 한다.이미 여기서 둘의 충돌이 시작된다. 하나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을 거부하는 사람이다.잭은 밤 거리를 혼자 산책한다. 자정이 되자 1920년대 자동차가 나타난다.그는 갑자기 황금시대의 파리로 넘어간다.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조앙 미로. 문학과 예.. 2025. 10. 16. 이제 그만 끝낼까 해 - 영화가 나를 속이고 있다.. 망상 속에서만 살 수 있었던 남자〈이제 그만 끝낼까 해〉를 봤다.영화 내내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문장이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처음엔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다. 젊은 여자와 할아버지의 만남. 아름다운 시골, 따뜻한 감정, 뭔가 가슴 철렁해지는 로맨스.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여자의 기억이 자꾸 빠진다. 상황이 연결되지 않는다. 날씨도 다르고, 공간도 다르다.영화가 우릴 속이고 있었다. 의도적으로.감독은 처음부터 말해줬다. 할아버지 모습에서 갑자기 제이크 뒷모습으로 바뀌는 장면. 둘이 같은 사람이라는 거.하지만 우린 그냥 지나쳤다. 사랑 이야기에 빠져서 영화에 속아서.제이크는 학교 청소부다. 아무도 그를 안 본다. 학생들은 그를 투명인간처럼 본다. 아니, 놀린다.학교 복도를 걸어가는데 여학생들이.. 2025. 10. 16. The Old Guard. 죽지 못하는 사람들 영원히 산다는 것의 무게불멸의 전사들.넷플릭스에서 〈올드 가드〉 틀었을 때 기대한 건 화려한 액션이었다.샤를리즈 테론이 도끼 들고 싸우는 건 당연히 봐야한다. 언니 최고. 그런데.이 영화는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액션보다 훨씬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수천 년을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사랑하는 사람이 계속 죽고, 나만 남는다면?앤디(샤를리즈 테론)의 첫 장면부터 느낌이 달랐다.그의 눈에서 피로가 보였다. 액션 히어로의 눈이 아니라, 너무 오래 살아버린 사람의 눈이었다.죽지 못하는 사람들앤디는 수천 년을 살았다. 정확히 얼마나 오래인지도 모른다.팀은 네 명. 앤디, 부커(마티아스 쇼나에르츠), 조(마르완 켄자리), 니키(루카 마리넬리).이들은 상처를 입어도 금방 회복된다.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조와 니키가.. 2025. 10. 16. 헤어질 결심: 사랑은 어디서 시작해 어떻게 무너지는가 사랑은 어디서 시작해 어떻게 무너지는가〈헤어질 결심〉을 봤다. 처음엔 그냥 미스터리인 줄 알았다.형사와 용의자. 의심과 추적. 근데 보다 보니까... 이게 사랑 이야기였다. 아니, 사랑보다 더 무서운 뭔가였다.박찬욱 감독은 사랑과 집착의 경계선 위에 두 사람을 세워놨다. 그리고 그 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걷게 만든다. 바다가 계속 나온다. 출렁이고, 흔들리고, 삼켜버린다. 그게 이 영화의 감정이었다.단순한 멜로가 아니었다. 사랑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스스로를 파괴하는지, 그걸 보여주는 영화였다.이 영화의 핵심은 '시선'이다.형사 해준(박해일)이 의문의 추락사 사건을 조사한다. 산에서 남편이 떨어져 죽었는데, 아내 서래(탕웨이)가 너무 차분하다. 이상하리만치.그 차분함이 해준을 끌어당긴다. .. 2025. 10. 15. 이전 1 2 3 4 5 6 ··· 1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