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63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 상상과 현실이 맞닿는 순간 이야기가 사람을 살린다〈더 폴〉을 봤다.줄거리? 없다. 논리적 전개?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이미지로만 말한다.로이(리 페이스)라는 남자가 영화 촬영 중 떨어진다. 병원 침대에 누운 그는 죽고 싶다.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운타루)가 그에게 묻는다."이야기 해줄래?"그 순간부터 시작된다.로이가 만드는 이야기는 장대하다.다섯 명의 영웅들이 폭군 오디우스에게 맞선다. 사막과 사원, 궁전과 전쟁터를 무대로 펼쳐진다.화려하다. 너무 화려해서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인도, 남아프리카, 스페인, 이집트에서 촬영한 실제 풍경들. CG에 의존하지 않은 타르셈 싱의 선택이 여기서 빛난다.색채가 살아있다. 금색, 푸른색, 주황색. 모든 것이 의도적이다.하지만 이 이야기는 점점 어두워진.. 2025. 8. 28. 미키17 리뷰: 봉준호는 왜 논란이 됐나? 기생충과의 차이점 미키17 리뷰: 봉준호는 왜 논란이 됐나? 기생충과의 차이점2025년 2월 28일 개봉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다. 이후 6년 만이다.기대가 컸다. 아카데미 4관왕 감독의 복귀작이었다. 제작비 1690억 원을 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였다. 로버트 패틴슨 주연이었다.근데 논란이 됐다. 평가가 갈렸다. 흥행이 기대에 못 미쳤다. 왜 그랬을까?기대와 현실의 괴리이 너무 컸다.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 최초였다. 전 세계가 봉준호에게 열광했다.그래서 에 대한 기대가 과도했다. 관객들은 을 뛰어넘는 작품을 원했다. 또 한 번의 충격을 원했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걸 원했다.근데 은 달랐다. 처럼 날카롭지 않았다. 처럼 완벽하.. 2025. 8. 28. 버드 박스 - 눈을 감아야 보이는 진실 〈버드 박스〉를 봤다.세상이 망했다. 어떤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났고, 그것을 본 사람은 죽는다. 단순하다.하지만 규칙은 명확하다. 보면 죽는다. 따라서 살아남으려면 눈을 감아야 한다.이 설정 자체가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맬러리(산드라 블록)는 블라인드를 쓰고 살아가야 한다. 두 아이와 함께.그리고 강을 따라 내려가는 여정을 시작한다.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무섭다이 영화의 공포는 특이하다.괴물을 보여주지 않는다.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오직 '볼 수 없음' 그 자체가 공포다.카메라는 흔들린다. 소리만 들린다. 무언가가 그곳에 있다는 암시만 있다.관객도 그 불안감을 느낀다. 볼 수 없으니까 모든 것을 상상해야 한다.상상이 가장 무서운 괴물이라는 걸 이 영화는 안다.영화가 진행될수록 눈을 뜨면 안 된다는 강.. 2025. 8. 28. 영화 〈승부〉 리뷰와 시청 포인트, 실제와 각색의 차이 바둑판 위에 새겨진 사제의 운명〈승부〉는 단순히 스포츠 영화가 아닙니다. 흑과 백의 돌이 얹히는 바둑판을 통해 인생과 관계, 그리고 사제 간의 깊은 유대를 담아낸 작품입니다. 한국 바둑의 전설적인 두 인물, 스승 조훈현과 제자 이창호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재구성하여, 바둑이라는 세계의 치열함과 철학을 동시에 전합니다.천재 기사 조훈현은 1980~90년대 한국 바둑계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일본 유학을 다녀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쌓고, 귀국 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어느 날 그는 남다른 집중력과 재능을 가진 소년 이창호를 만나게 되고, 그를 제자로 받아들입니다.영화는 두 사람의 만남과 성장, 그리고 결국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어야 하는 숙명적인 승부로 이어집니다. 바둑판 위의 .. 2025. 8. 28. 조조 래빗 - 아이의 눈으로 본 전쟁 웃음 속의 증오를 무너뜨리기〈조조 래빗〉을 봤다.히틀러가 웃겨 죽을 뻔했다.2차 세계대전 영화인데, 그 속에서 나는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본인이 히틀러 역을 맡은 순간부터 그건 결정되었다.이 영화는 전쟁을 아이의 눈으로 본다.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10살 나치 소년이다.열성적이고 광적이고 증오로 가득 차 있다고 자신은 생각한다.하지만 사실 그는 겁 많고, 토끼도 잡지 못한다. 그래서 별명이 '조조 래빗'이다.조조의 세상은 명확하다.나치는 옳고, 유대인은 악이고, 히틀러는 신이다.교과서 같은 생각들. 아이는 그것을 완벽하게 내면화했다.그런데 그의 집 벽장에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이 순간부터 조조의 세계는 균열을 시작한다.엘사는 인간.. 2025. 8. 28. 리스본행 야간열차 - 일상의 균열에서 시작된 여행 책 한 권이 삶을 바꾼다〈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봤다.기차가 달린다. 끝없이.라이문트(제레미 아이언스)는 스위스 교사다.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너무나 평범해서 그 자신도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그런데 어느 날 다리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여성을 구한다.여성은 사라진다. 남겨진 것은 포르투갈어 책 한 권과 열차 티켓.그 순간 뭔가 바뀐다.라이문트는 수업을 집어치운다. 평생을 가르쳐온 학교를 포기한다.기차에 오른다. 리스본으로.이 영화는 책의 이야기다.아마데우 프라두스라는 포르투갈 의사가 쓴 책. 그 책이 라이문트를 사로잡는다.살라자르 독재 정권 시절, 저항운동을 했던 한 인간의 기록.그 글들이 라이문트에게 말한다. 무엇인가 깊은 것.라이문트는 아마데우를 찾기 위해 리스본 거리를 헤맨다.그를 알았던 사람들, 그의.. 2025. 8. 27. 이전 1 ··· 6 7 8 9 10 1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