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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후 - 죽음의 순간에 사랑을 기억하라

by lazypenguinclub 2025.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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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후

<28년 후>를 봤다. 18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다.

대니 보일 감독이 복귀했다. <28일 후>(2002) 이후 처음이다. <28주 후>(2007)는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디요가 연출했는데, 이번엔 다시 보일이 돌아왔다.

좀비 영화다. 겉으로는. 분노 바이러스, 감염자들, 생존자 드라마.

근데 이전 영화랑 뭔가 다르다.

주인공은 스파이크(알프 골드블랫)다. 12살 소년. 홀리 아일랜드라는 섬에서 산다.

영국 북부에 있는 실제 섬이다. 밀물 때는 고립되고, 썰물 때는 둑길로 본토와 연결된다.

28년 전 분노 바이러스가 퍼졌다. 영국이 무너졌다. 생존자들이 섬으로 도망쳤다. 그 후손들이 지금 살고 있다.

스파이크의 엄마 아일라(조디 코머)가 아프다. 암이다. 치료약이 필요하다. 본토에 가야 한다.

아버지 제이미(아론 테일러-존슨)와 함께 간다. 위험한 여행이다. 감염자들이 있으니까.

세 번 본토에 간다. 엄마 약 구하러, 또 다른 이유로, 그리고 마지막에 혼자.

이 반복이 의미가 있다. 성장 과정이다.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키플링의 시 '군화(Boots)'가 계속 나온다. 행진하는 군인들. 끝없이 걷는다.

중세 전쟁 장면, 2차 세계대전 장면, 그리고 현재. 역사가 반복된다는 걸 보여준다.

인간의 폭력성. 전쟁. 분노 바이러스도 결국 같은 거다. 이름만 다를 뿐.

엄마가 죽는다. 스파이크가 옆에서 돌본다. 몰핀을 투여한다. 고통을 덜어준다. 안락사를 결정한다.

이게 사랑이다. 영화가 말하는.

켈슨 박사(랠프 이네슨)라는 남자가 나온다. 좀비와 인간 시신을 화장한다. 위령탑을 세운다.

죽음 앞에선 평등하다는 거. 감염자든 아니든, 다 같은 인간이었다는 거.

"메멘토 아모리스." 죽음을 기억하라가 아니라, 사랑을 기억하라.

이 대사가 핵심이다.

엄마는 아들 곁에서 평온하게 떠난다. 사랑받으며.

에릭(아론 피에르)이라는 군인이 나온다. 혼자 죽는다. 알파 좀비한테 잔인하게. 곁에 아무도 없다.

차이가 크다. 죽음의 순간 누군가 함께 있느냐 없느냐.

가족의 균열

스파이크 생일 파티에서 팝송 '딜라일라'가 나온다. 톰 존스 노래. 가사가... 살인에 관한 거다. 남자가 여자친구 외도 보고 죽인다는.

노래 끝나고 스파이크가 본다. 아버지가 다른 여자랑 있는 걸.

스파이크가 칼을 든다. 아버지한테. 분노한다.

이 장면이 무섭다. 소년 안에 분노가 들어올 뻔했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분노.

가족 내 배신. 폭력. 이게 진짜 감염이다.

아버지는 나중에 사과한다. 근데 관계는 틀어진다. 스파이크가 떠난다. 혼자.

알파 좀비 삼손이 나온다. 거대하다. 켈슨 박사가 옆에 둔다. 통제한다고.

삼손도 누군가의 가족이었을 거다. 아빠였을지도. 영화가 암시한다.

감염자도 인간이었다. 가족이 있었다. 경계가 흐릿해진다.

촬영이 독특하다. 아이폰으로 찍은 것처럼 흔들린다. 색감도 거칠다.

대니 보일 스타일이다. <트레인스포팅>처럼. 에너지가 있다. 너무 깔끔하지 않아서 오히려 현실적이다.

좀비가 두 종류다. 느린 좀비, 빠른 좀비(알파).

느린 좀비는 불쾌하다. 썩어가는 몸. 비틀거린다.

빠른 좀비는 충격이다. 엄청 빠르다.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다고 한다. 달려온다. 압박감이 크다.

액션 신이 긴박하다. 근데 코미디도 섞인다. 보일 특유의 밸런스.

무서운데 웃긴다. 웃기는데 슬프다. 계속 톤이 바뀐다.

섬 사람들이 잉글랜드 국기를 건다. 분리주의 암시.

엄마 이름이 아일라다. 스코틀랜드식. 아버지는 제이미. 잉글랜드식.

남녀 갈등이 국가 갈등처럼 보인다. 이게 다음 편 떡밥일 듯.

좀비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는 주제. <28일 후>부터 계속된 거다.

속편의 자격

<28년 후>는 괜찮은 속편같다.

원작 DNA를 지켰다. 핸드헬드 촬영, 거친 편집, 사회 비판.

근데 새롭다. 더 깊어졌다. 가족 이야기, 성장 이야기.

좀비 장르지만 인간 드라마다. 감염보다 사랑과 죽음을 다룬다.

알프 골드블랫이 인상적이다. 어린 배우인데 연기를 잘했다. 소년의 혼란, 분노, 성장. 표정으로 다 보여줬다.

조디 코머는 <킬링 이브>로 유명한데, 여기선 죽어가는 엄마 역할. 조용하지만 강렬했다.

아론 테일러-존슨은 복잡한 아버지를 연기했다. 사랑하지만 불완전한. 보호하려고 하지만 실수하는 아버지다.

랠프 이네슨의 켈슨 박사도 좋았다. 미친 듯하지만 철학이 있다. 죽음을 관리하는 사람.

음악도 좋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나온다. 영화관 장면에서. 폐허 속 영화관. 아름답고 슬프다.

딜라일라, 군화 낭송. 다 의미가 있다. 무작위가 아니다.

대니 보일은 음악을 잘 쓴다. <트레인스포팅>, <슬럼독 밀리어네어>처럼. 음악이 감정을 증폭시킨다.

영화가 완결되지 않았다. 스파이크가 혼자 떠난다. 아버지와 갈등은 해결 안 됐다.

다음 편이 나올 거다. 이미 촬영했다고 한다. <28년 후: 더 본 크룩>이라는 제목.

스파이크와 아버지가 다시 만날 거다. 섬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28년 후>는 좋은 영화다. 완벽하진 않지만.

좀비 액션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액션보다 드라마가 많으니까.

근데 시리즈 팬이라면 만족할 거다. 원작 정신을 이어갔으니까.

18년 만에 돌아왔는데, 여전히 신선하다. 여전히 할 말이 있다.

좀비 장르가 식상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다르게 접근한다.

감염이 아니라 인간성에 대해, 폭력이 아니라 사랑에 대해.

그게 이 시리즈의 힘이다.

다음 편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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