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당신이 어벤져스보다 '썬더볼츠'에 더 끌리는 이유: 실패한 영웅들의 이야기

by lazypenguinclub 2025. 9. 3.
반응형

썬더볼츠, 실패자들의 모임

2025년 4월에 개봉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5의 마지막 영화다. 제이크 슈레이어 감독 작품이고, 플로렌스 퓨가 주연을 맡았다.

어벤져스가 사라진 세상에서 CIA 국장 발렌티나가 새로운 팀을 꾸린다. 근데 이 팀은 히어로가 아니다. 안티히어로들이다. 문제 있는 사람들.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 윈터 솔져 버키(세바스찬 스탠), 레드 가디언(데이빗 하버), 존 워커(와이어트 러셀), 고스트, 태스크마스터. 이들은 발렌티나가 설계한 함정에 빠져 어쩔 수 없이 한 팀이 된다.

이 영화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완벽한 히어로가 아니라 망가진 사람들.

옐레나는 블랙 위도우의 동생이다. 언니처럼 여겼던 나타샤가 죽었다. 공허하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임무나 수행한다.

버키는 윈터 솔져였다. 세뇌당해서 킬러로 살았다. 이제 자유로워졌지만 과거가 지워지지 않는다. 죄책감에 산다.

존 워커는 캡틴 아메리카가 되려고 했다. 근데 실패했다. 명예도 잃었다. 이제 뭐지? 정체성이 없다.

레드 가디언은 옐레나의 양아버지다. 소련의 슈퍼 솔져였다. 근데 시대가 지났다. 늙었다. 쓸모없어졌다.

이들이 모였다. 원해서가 아니라 강제로. 서로 믿지 않는다. 싸운다. 협력 안 한다.

어두운 마블

마블 역사상 가장 어두운 작품 중 하나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그렇다.

화려한 액션? 적다. 유머? 별로 없다. 대신 캐릭터들의 내면에 집중한다. 트라우마, 우울, 고독.

정신 건강과 우울증 같은 진지한 주제를 다루며 기존 MCU 영화와 차별화된 분위기를 제공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옐레나가 혼자 아파트에 앉아있는 장면이 있다. 아무것도 안 한다. 그냥 앉아있다. 표정이 텅 비었다. 이게 슈퍼히어로 영화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근데 그게 현실적이다.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은 저렇다. 화려한 전투 후에 혼자 남겨졌을 때, 공허하다.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드라마틱하지 않다. 천천히, 어색하게. 서로 경계하면서도 조금씩 열린다.

한 장면. 다들 둘러앉아서 이야기한다. 자기 과거를. 왜 여기 있는지. 뭘 잃었는지.

대사가 많지 않다. 근데 표정으로 다 말한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얼굴.

플로렌스 퓨의 연기가 영화의 감정적 무게를 이끌며 몰입감을 더했다는 평가가 많다.

옐레나는 강하다. 싸움 잘한다. 근데 안에는 상처가 많다. 나타샤를 잃은 슬픔, 정체성을 잃은 혼란.

플로렌스 퓨가 이 복잡한 감정을 잘 표현했다. 겉으로는 냉정한데, 눈빛은 슬프다. 웃는데 진짜 웃음이 아니다.

액션 신도 직접 했다고 한다. 스턴트 없이. 움직임이 날카롭다. 실제 암살자 같다.

세바스찬 스탠도 좋았다. 버키 역할을 오래 했는데, 여전히 설득력 있다. 지친 군인의 모습. 싸우기 싫은데 싸워야 하는 사람.

데이빗 하버는 코믹한 역할이다. 레드 가디언이 자뻑이 심하다. "내가 소련 최고의 영웅이었어!" 근데 아무도 안 알아준다. 웃긴데 슬프다.

와이어트 러셀의 존 워커도 인상적이다. 실패한 히어로. 인정받고 싶은데 계속 실수한다. 그 초조함을 잘 표현했다.

루이스 풀먼이 센트리 역할을 맡았다. 강력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인데, 통제가 안 된다. 자기 자신이 두렵다. 이 내적 갈등을 잘 보여줬다.

MCU 맥락

이 영화는 《팔콘과 윈터 솔져》, 《호크아이》, 《블랙 위도우》, 《앤트맨과 와스프》의 후일담 역할을 한다.

MCU를 계속 봐온 사람한테는 의미가 크다. 이 캐릭터들의 과거를 아니까.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된다.

근데 캐릭터들의 과거를 어느 정도 알아야 이해가 쉬운 부분이 있어 MCU 팬이 아닌 일반 관객에게는 약간의 진입 장벽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MCU 안 본 사람이 보면 헷갈릴 수 있다. "이 사람들 누구야?" "왜 서로 아는 척해?"

근데 영화 자체로도 완성도 있다. 과거 몰라도 지금 이야기는 이해된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팀이 되는 과정.

영화 엔딩은 썬더볼츠 팀이 "뉴 어벤저스"로 리브랜딩되었음을 밝히며, 엔딩 크레딧은 영화 제목의 별표가 더 뉴 어벤저스를 의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목 끝에 별표(*)가 있는 이유가 이거였다. 썬더볼츠*. 별표가 의미가 있었다.

이들이 새로운 어벤져스가 된다는 암시. 완벽한 히어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세상을 지킨다.

희망적인 결말이다. 상처받은 사람들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

평가와 흥행

작품 자체의 평가는 멀티버스 사가 작품 중에서는 좋은 편이나 흥행에서는 평가와 반비례해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1억 8천만 달러의 제작비에 비해 3억 81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손해는 아니지만 마블 치고는 적다.

왜? 여러 이유가 있다.

최근 마블 영화들이 실망스러웠다. 관객이 피로해졌다. 또 마블이야? 하는 반응.

캐릭터 인지도도 낮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처럼 유명하지 않다. 썬더볼츠? 처음 들어본 사람이 많다.

블록버스터 영화치고는 어둡고 심오한 내용의 영향도 있다. 가볍게 보려고 왔는데 무겁다. 우울하다. 재미없다고 느낄 수 있다.

근데 본 사람들 반응은 좋다. 대체로 긍정적인 후기를 받고 있으며 MCU의 최근 부진을 딛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많다.

"마블의 옛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캐릭터 간 케미가 좋다" 이런 반응들.

한국에서도 90만 명 정도가 봤다. 마블 영화 치고는 적지만, 나쁘지 않다.

<썬더볼츠>는 전형적인 마블 영화가 아니다.

화려한 CG 전투? 별로 없다. 유머 러시? 없다. 세상을 구하는 거대한 플롯? 그것도 아니다.

대신 인간 드라마에 집중한다. 캐릭터의 내면. 관계의 형성. 치유의 과정.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동료애를 찾는 이야기, 서투른 이들의 엉망진창 위로를 전한다는 평가가 있었다.

어떤 사람은 이게 좋다고 했다. 신선하다고. 마블이 드디어 변화했다고.

어떤 사람은 실망했다. 액션 보러 왔는데 드라마네? 지루하다고.

취향 차이다.

나는, 좋았다. 완벽하진 않지만.

느리다. 특히 초반. 캐릭터 소개하고 상황 설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영화가 다소 길게 느껴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러닝타임 126분. 짧지 않다.

근데 후반부로 갈수록 좋아진다. 팀이 만들어지면서 감정이 쌓인다.

마지막 전투 신. 이들이 함께 싸운다. 처음엔 각자 따로 움직였는데, 이제는 호흡이 맞는다. 서로를 지킨다.

그 장면에서 뭉클했다. 완벽한 히어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히어로다.

<썬더볼츠>는 실험적인 마블 영화다. 성공했느냐? 반반이다. 흥행은 아쉽지만, 새로운 방향을 보여줬다.

마블이 계속 이런 영화를 만들까? 모르겠다. 근데 만들었으면 좋겠다. 블록버스터만이 답은 아니니까.

상처받은 사람들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 그게 이 영화의 메시지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로 의지하면 된다.

그런 영화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