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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 - 괴물,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

by lazypenguinclub 2025.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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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괴물

2006년, <괴물>이 개봉했다. 한강에서 괴물이 나온다는 설정. 단순해 보였다. 근데 1,300만 명이 봤다.

봉준호 감독 작품이다.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가 나온다. 한국형 괴수 영화의 시작이었다.

서울 한강변. 박강두(송강호)가 분식점을 운영한다. 어눌하고 덜렁대는 남자. 딸 현서(고아성)와 둘이 산다.

평범한 일상이다. 근데 어느 날, 한강에서 뭔가 나온다.

괴물이다. 거대하고, 빠르고, 사람들을 공격한다. 한강변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사람들이 도망친다. 비명, 혼란.

강두도 현서 손잡고 뛴다. 근데 놓친다. 괴물이 현서를 낚아챈다. 사라진다. 강으로.

이 장면이 충격적이다. 갑자기 일어난다. 예고 없이. 괴물의 움직임이 사실적이다. CG인데 진짜 같다. 2006년 한국 기술로 이 정도를 만들었다는 게 놀랍다.

괴물 디자인도 독특하다. 헐리우드 괴물처럼 과장되지 않았다. 어딘가 징그럽고, 불쾌하고. 실제 생물이 변형된 것처럼 보인다.

강두는 미친다. 딸을 잃었다. 경찰에 신고한다. 근데 아무도 안 믿는다. "괴물한테 잡혀갔다고요?" 비웃는다.

정부가 발표한다. 괴물이 바이러스를 옮긴다고. 거짓말이다. 근데 사람들은 믿는다. 언론이 퍼뜨린다.

강두네 가족은 격리된다. 병원에 갇힌다. 현서를 찾아야 하는데 못 나간다.

근데 강두 핸드폰이 울린다. 현서다. 살아있다. "아빠, 나 하수구에 있어. 무서워."

희망이 생긴다. 살아있다. 구해야 한다.

무능한 시스템, 불완전한 가족

정부는 무능하다. 괴물 잡을 생각은 안 하고 통제만 한다. 미군이 나선다. "우리가 해결하겠다." 한국 정부는 고개만 끄덕인다.

괴물은 어디서 왔나? 미군 기지에서 버린 화학물질 때문이다. 한강에 그냥 버렸다. 그게 괴물을 만들었다.

책임? 아무도 안 진다. 덮는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자극적인 보도만 쏟아낸다. "괴물 바이러스 감염자 속출!" 거짓말인데.

강두네 가족만 안다. 현서가 살아있다는 걸. 근데 아무도 안 믿는다. 직접 구하러 가야 한다.

병원에서 탈출한다. 쫓긴다. 경찰한테, 군인한테. 자기 딸 찾으러 가는데 범죄자 취급 받는다.

이게 이 영화의 핵심이다. 진짜 괴물은 한강에만 있는 게 아니다. 시스템이 괴물이다. 무책임한 권력, 무능한 정부, 거짓말하는 언론.

강두네 가족은 사회에서 실패자들이다. 강두는 어눌하고, 아버지 희봉(변희봉)은 늙었고, 여동생 남주(배두나)는 양궁 선수였지만 실패했고, 남동생 남일(박해일)은 백수다.

근데 이들이 움직인다. 국가가 안 하니까. 스스로 한다.

강두네 가족은 완벽하지 않다. 서로 싸운다. 희봉이 자식들한테 화낸다. "너희들이 제대로 못 지켜서 현서를 잃었어!"

남주랑 남일도 투덜댄다. "왜 우리까지 이래야 돼?" 근데 포기 안 한다. 결국 같이 간다.

하수구로 들어간다. 어둡고, 더럽고, 냄새난다. 괴물이 어딨는지도 모른다. 그냥 찾는다. 현서를 외친다.

이 장면들이 절실하다. 장비도 없고, 계획도 없다. 그냥 가족이 함께 딸을 찾는다. 순수하다.

송강호 연기가 좋다. 평소엔 멍청해 보이는데, 딸 이야기만 나오면 진지해진다. 딸을 잃고 우는 장면. 진짜 아빠 같았다. 과하지 않게, 담담하게. 근데 가슴 아프게.

변희봉도 그렇다. 늙은 아버지가 자식들 이끌고 괴물한테 맞서는 모습. 비장하다.

배두나는 양궁 선수 출신이라는 설정을 잘 살렸다. 활 쏘는 장면이 멋있다. 괴물한테 화살을 날린다.

박해일은 술 취한 백수 역할인데, 중요한 순간엔 똑 부러진다. 화염병 만들고, 전략 짠다.

고아성은 당시 13살이었다. 근데 연기를 잘했다. 하수구에 갇혀서 혼자 버티는 장면. 무서워하지만 포기 안 한다. 다른 아이(이재응)까지 챙긴다.

가족이 괴물을 찾는다. 한강변. 밤이다. 미군이 화학물질을 뿌린다. "에이전트 옐로우"라는 이름. 베트남전쟁 때 쓴 그것.

괴물을 죽이려고? 아니다. 통제하려고. 사람들도 다 죽을 수 있는데 상관없다.

강두네 가족도 그 속에 있다. 괴물이 나타난다. 입에서 현서를 꺼낸다. 죽어있다.

이 장면이 충격이다. 보통 영화면 살아있을 텐데. 안 그렇다. 늦었다. 현서는 이미 죽었다.

강두가 무너진다. 희봉이 괴물한테 달려든다. 죽는다. 남주가 활을 쏜다. 남일이 화염병을 던진다.

강두가 쇠파이프를 든다. 괴물 입에 찔러 넣는다. 괴물이 쓰러진다.

끝났다. 근데 뭐가 남았나?

현서는 죽었고, 희봉도 죽었다. 가족은 산산조각 났다.

삶은 계속된다

시간이 지난다. 강두는 여전히 한강변에 있다. 분식점을 한다. 혼자가 아니다. 아이가 있다. 현서가 지키려고 했던 그 아이. 강두가 키운다.

TV에서 뉴스가 나온다. 괴물 사건은 종결됐다고. 바이러스는 없었다고. 다 거짓말이었다고 인정한다. 근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강두는 TV를 끈다. 아이한테 밥을 준다. 밥 먹는다. 그게 다다.

이 마지막 장면이 여운을 남긴다. 해피엔딩도 아니고 완전한 비극도 아니다. 그냥... 삶이 계속된다는 거. 상처받아도, 잃어도, 살아간다는 거.

봉준호 감독 특유의 연출이다. 장르를 섞는다. 괴수 영화인데 코미디 같고, 코미디인데 슬프고, 슬픈데 희망이 있다.

톤이 계속 바뀐다. 근데 어색하지 않다. 자연스럽다. 그게 봉준호 스타일이다.

사회 비판도 직접적이지 않다. 괴물 영화로 포장했지만, 속은 정치 풍자다. 미군, 정부, 언론. 다 까인다. 근데 재밌게. 그래서 더 효과적이다.

<괴물>은 한국 영화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기술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한국에서 이런 괴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CG 수준도 높았고, 스케일도 컸다.

근데 그냥 볼거리로만 끝나지 않았다. 메시지가 있었다. 가족, 사회, 권력. 생각할 거리를 줬다.

지금 다시 봐도 좋다. 2006년 영화지만 낡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더 와닿을 수도 있다. 무능한 시스템, 책임 회피, 거짓말.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니까.

영화 보고 나서 한강 지나갈 때마다 생각난다. 저기서 괴물이 나왔었지. 물론 영화지만.

근데 진짜 괴물은 물속이 아니라 우리 사회 안에 있다는 걸, 이 영화가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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