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하이재킹을 웃음으로 풀어낸 영화
〈굿뉴스〉를 봤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변성현 감독의 신작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들었다.
1970년 일본 적군파의 요도호 납치 사건.
비행기 납치라는 무거운 소재인데, 이 영화는 코미디로 풀었다.
처음엔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실제 사건을 이렇게까지 가볍게 다뤄도 되나. 하지만 보다 보니 이해했다.
이 영화는 사건 자체보다, 그 주변의 무능함과 정치적 계산을 조롱하는 영화였다.
1970년 3월 31일.
일본 공산주의 동맹 적군파 요원 9명이 비행기를 납치한다.
목적지는 북한 평양이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게 있다. 기장과 부기장이 평양으로 가는 길을 알 리가 없다는 것.
여기서 한국 중정부장 박상현(설경구)이 등장한다.
그는 납치된 비행기를 한국으로 착륙시키려는 작전을 세운다. 김포공항을 평양 공항으로 속이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계획이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영화는 이 황당한 계획의 전말을 따라간다.
변성현과 설경구의 다섯 번째 만남
변성현 감독과 설경구 배우는 이번이 다섯 번째 작품이다.
〈불한당〉, 〈킹메이커〉, 〈길복순〉, 〈사마귀〉를 거쳐 이번 〈굿뉴스〉까지.
그들의 호흡은 이제 완벽하다.
설경구가 연기하는 박상현은 야심가다. 각하의 눈에 들고 싶다. 이 사건을 이용해 외교적 우위를 점하고 싶다.
그의 캐릭터는 코믹하면서도 비열하다.
홍경이 연기하는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은 순진하다. 명령을 따르려고 하지만, 점점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
류승범을 포함한 조연들도 완벽하다.
일본 배우들도 훌륭하다. 시이나 킷페이, 카사마츠 쇼, 야마다 타카유키, 나가야마 에이타. 모두 톱급 배우들이다.
한일 배우들의 케미가 영화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도전은 실화를 코미디로 다뤘다는 점이다.
보통 납치 사건을 다루면 톤이 무겁다. 긴장감과 공포가 지배한다.
하지만 〈굿뉴스〉는 다르다.
사건 자체보다 그 주변 상황을 조롱한다. 한일 양국의 무능함, 정치인들의 책임 회피, 공만 차지하려는 태도.
이 모든 것을 웃음으로 풀어낸다.
나는 보면서 쓴웃음이 나왔다. 웃기면서도 씁쓸하다.
이것이 블랙 코미디의 힘이다.
영화는 실제 사건의 시간적 흐름을 따른다.
요도호 납치 사건의 전개 과정을 대체로 충실하게 구현했다.
하지만 여기에 상상력을 더했다.
극화된 인물들, 새로운 에피소드, 허구의 대화.
설경구가 연기하는 아무개의 대사가 이것을 말한다.
"일어난 사실에 약간의 창의력, 믿으려는 의지가 만들어낸 영화."
이 한 줄이 영화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설명한다.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카메오도 재미있다.
눈 크게 뜨고 봐야 찾을 수 있는 배우들이 있다.
이것도 영화 보는 재미 중 하나다.
디테일도 놀랍다.
1970년대 의상, 세트, 소품들. 모두 시대를 재현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비행기 내부, 김포공항, 일본 거리. 모든 것이 정교하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 영화는 호불호가 갈린다.
실제 사건에 코미디를 섞는 것 자체가 거부감을 줄 수 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상황이 긴박해지는데, 그 와중에도 개그가 나온다.
몰입이 깨질 수도 있다.
또한 영화가 다루는 범위가 넓다.
일본의 상황, 한국의 정치, 미군의 움직임. 여러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고, 진행이 느릴 수도 있다.
136분이라는 러닝타임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럼에도 볼 만한 이유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추천한다.
극 자체의 퀄리티가 나쁘지 않다. 이야기 흐름도 탄탄하다.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독특하다.
실제 사건을 이렇게 접근한 영화가 많지 않다. 진지하게 다루지 않고, 웃음으로 풀어내면서도 메시지를 전한다.
정치인들의 무능함, 책임 회피, 자기 이익만 챙기는 태도.
이 모든 것을 조롱하면서도, 동시에 그 시대를 기록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1970년에 대해 찾아봤다.
요도호 사건이 정말 이렇게 황당했는지.
그리고 놀랐다. 영화가 과장하지 않았다는 것을.
실제로 김포공항을 평양으로 속였고, 실제로 적군파는 그것을 믿었다.
역사는 때때로 픽션보다 더 황당하다.
이 영화는 그것을 보여준다.
〈굿뉴스〉는 블랙 코미디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웃기지만 씁쓸하다. 재미있지만 불편하다.
그 불편함이 오히려 메시지를 강화한다.
정치인들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국민을 얼마나 이용하는지.
웃음 뒤에 분노가 있다.
〈굿뉴스〉는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호불호가 갈릴 것이고, 누군가는 불편해할 것이다.
하지만 시도 자체가 흥미롭다.
변성현 감독과 설경구 배우의 다섯 번째 만남은 여전히 신선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창의력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한일 배우들의 케미도 좋고, 디테일도 훌륭하다.
한 번쯤 볼 만한 영화다.
특히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 블랙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카메오를 찾는 재미도 있고,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1970년의 한국이 어땠는지, 그 시대의 정치가 얼마나 황당했는지.
웃으면서 배우는 역사.
그것이 〈굿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