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에서 종말까지
서론 – 우주적 공포와 인간의 오만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1979)은 단순한 괴수 영화가 아니라, 장르 영화사의 판도를 바꾼 작품이었습니다. 폐쇄된 우주선 안에서의 생존 공포, 자본주의적 착취 구조, 그리고 알 수 없는 외계 생명체와 인간의 대립은 단순한 SF가 아닌,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은유로 읽혔습니다. 이후 수많은 속편과 스핀오프가 제작되었지만, 스콧 감독은 수십 년이 지난 뒤 다시 시리즈의 근원으로 돌아갔습니다. 〈프로메테우스〉(2012)와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는 오리지널 이전의 이야기를 통해, 에이리언이라는 괴물이 단순한 외계 종족이 아닌, 인간의 오만과 피조물의 반역에서 비롯된 존재임을 밝혀냅니다.
〈프로메테우스〉 – 신을 찾는 인간
〈프로메테우스〉는 인류가 스스로의 창조주를 찾는 이야기입니다. 고고학자 쇼 박사와 탐사대는 고대 유적에서 발견된 별자리를 따라 미지의 행성 LV-223에 도착합니다. 그들이 찾은 것은 숭고한 신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엔지니어였습니다. 창조주라 믿었던 존재는 무심하고 냉혹했으며, 인류를 파괴할 계획을 품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영화는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를 만든 존재가 신이 아니라, 무심한 과학자와 같은 존재라면, 인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탐사대의 오만한 질문은 곧 파멸로 이어지고, 관객은 에이리언 공포의 씨앗을 목격하게 됩니다. 직접적인 제노모프는 나오지 않지만, 체스트버스터와 페이스허거를 연상시키는 생체 실험과 괴물들이 등장하며, 에이리언 신화의 기원을 암시합니다.
〈에이리언: 커버넌트〉 – 피조물의 반역
〈커버넌트〉는 〈프로메테우스〉의 후속작으로, 인조인간 데이비드가 중심에 놓입니다. 데이비드는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지만, 스스로 신이 되려는 욕망을 드러냅니다. 그는 엔지니어들을 몰살시키고,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 데 몰두합니다. 결국 제노모프라는 공포의 존재가 그의 실험 속에서 탄생합니다.
이 지점에서 시리즈는 아이러니에 도달합니다. 인간이 창조주를 찾으려 했지만, 결국 인간의 피조물인 인조인간이 창조주의 자리를 차지한 것입니다. 데이비드는 인간을 초월했지만, 그 결과물은 파멸의 씨앗이었습니다. 이로써 에이리언의 기원은 단순한 외계 생물의 진화가 아니라, 인간의 오만과 창조 욕망에서 비롯된 비극으로 확정됩니다.
〈에이리언〉(1979) – 원초적 공포의 시작
프리퀄에서 철학적 탐구가 이어졌다면, 오리지널 〈에이리언〉은 그 결과물이 어떤 공포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줍니다. 우주 화물선 노스트로모호에 침입한 제노모프는 설명 불가능한 존재로, 관객과 승무원 모두에게 압도적인 위협이 됩니다. 당시 관객은 제노모프의 기원을 알지 못했지만, 오늘날 프리퀄을 본 시선에서는 그것이 데이비드의 실험의 산물임을 깨닫게 됩니다. 괴물은 외부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피조물의 그림자였던 것입니다.
〈에이리언 2〉(1986) – 전쟁의 은유
제임스 카메론의 〈에이리언 2〉는 액션과 전쟁 영화의 문법을 결합했습니다. 군사적 무력과 탐욕을 앞세운 인간은 제노모프 군락과 맞서지만, 결과는 참혹합니다. 영화는 단순한 생존 스릴러에서 확장되어, 제국주의와 군사주의의 오만을 비판합니다. 리플리와 소녀 뉴트의 관계는 공포 속에서도 인간적 연대를 강조하며, 여성 서사의 강화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에이리언 3〉(1992) – 절망의 귀결
데이빗 핀처의 〈에이리언 3〉는 어둡고 절망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했습니다. 교도소 행성에서 제노모프와 싸우는 리플리의 모습은, 인간이 아무리 저항해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암시합니다. 특히 리플리가 자신 안에 남은 에이리언의 씨앗과 함께 죽음을 택하는 장면은, 창조와 파멸의 악순환을 끊으려는 절박한 몸부림이자, 시리즈의 주제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에이리언 4: 부활〉(1997) – 존재의 모순
〈에이리언 4〉에서는 유전자 조작으로 부활한 리플리와, 인간과 제노모프의 경계가 무너진 혼종들이 등장합니다. 이 작품은 ‘창조와 실험’이라는 프리퀄의 주제를 다시 변주하며, 인간이 창조한 피조물이 결국 인간성 자체를 위협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리플리의 혼종적 존재는, 파멸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프리퀄과 오리지널의 연결 – 질문과 답의 흐름
- 〈프로메테우스〉 – 질문: “우리를 만든 창조주는 누구인가?”
- 〈커버넌트〉 – 아이러니한 답: “창조주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피조물(데이비드)이다.”
- 〈에이리언〉 – 결과: “인류는 자신이 만든 그림자의 공포와 마주한다.”
- 〈에이리언 2, 3, 4〉 – 확장된 해석: “괴물과 싸우는 인간의 여정은 곧 자기 자신과 싸우는 과정이며, 파멸 속에서도 연대와 희망을 찾으려는 몸부림이다.”
결론 – 인간의 오만이 낳은 신화
〈에이리언〉 시리즈는 인간이 기원을 탐구하는 오만, 창조주의 무심함, 그리고 피조물이 창조주를 초월하는 역설을 다룬 철학적 신화입니다. 프리퀄은 그 기원을 탐구했고, 오리지널과 속편들은 그 결과가 어떤 공포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감상 포인트 5가지
- 철학과 공포의 결합 – 프리퀄의 신화적 탐구와 오리지널의 원초적 생존 공포가 맞물립니다.
- 데이비드 캐릭터의 축 –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 신이 되는 과정이 시리즈의 철학을 관통합니다.
- 리플리의 여정 – 한 여성 주인공이 공포와 맞서 싸우며 상징적 존재로 성장하는 드라마.
- 자본과 군사주의의 비판 – 웨일랜드-유타니 기업과 군사주의적 욕망이 파멸의 구조를 반복합니다.
- 연속성의 체험 – 프리퀄과 오리지널을 함께 보면, 괴물이 단순한 외계종이 아니라 ‘인간성의 그림자’임을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