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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이드웨이〉 - 꿈과 현실 사이를 건너는 어른들의 로드무비

by lazypenguinclub 2025.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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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웨이

2004년 알렉산더 페인 감독 작품이다. 폴 지아매티, 토머스 헤이든 처치, 버지니아 매드슨, 샌드라 오가 나온다.

와인 영화라고 알려져 있다. 맞긴 한데 와인보다 인생 이야기다.

마일스(폴 지아매티)는 실패한 소설가다. 중학교 영어 교사로 일한다. 이혼했다. 우울하다. 와인을 좋아한다. 아니, 집착한다.

잭(토머스 헤이든 처치)은 마일스 대학 동창이다. 배우였다. 지금은 보이스오버 일만 한다. 결혼을 앞뒀다.

둘이 여행을 간다.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로. 일주일간. 잭 결혼 전 마지막 총각 파티 겸.

근데 목적이 다르다.

마일스는 진짜 와인 시음을 하고 싶다. 조용히, 진지하게.

잭은 여자를 만나고 싶다. 결혼 전 마지막으로.

와이너리에서 여자들을 만난다.

마야(버지니아 매드슨)는 웨이트리스다. 와인을 좋아한다. 마일스를 안다. 전에 몇 번 봤다.

스테파니(샌드라 오)는 와이너리 직원이다. 밝고, 적극적이다.

잭이 스테파니한테 작업 건다. 빠르게 진행된다. 둘이 사귄다. 잭은 결혼 앞뒀다는 말 안 한다.

마일스와 마야는 천천히 가까워진다. 와인 이야기한다. 책 이야기도 한다.

한 장면이 유명하다. 마야가 피노 누아르를 설명한다.

"피노 누아르는 까다로워요. 섬세하고, 얇은 껍질이고, 조금만 잘못해도 안 자라요. 피노는... 반성이 필요한 와인이에요. 시간을 들여 이해해야 해요."

마일스가 듣는다. 조용히. 이 대사가 자기 이야기 같다.

마일스도 그렇다. 섬세하고, 상처받기 쉽고, 이해받기 어렵다.

마야가 묻는다. "왜 와인을 좋아하세요?"

마일스가 대답한다. "와인은 살아있어요. 계속 변하고, 진화하고. 매일 다르게 맛나요. 어떤 날은 닫혀있고, 어떤 날은 열려있고. 그게 좋아요."

인생도 그렇다는 걸 말하는 거다.

둘이 키스한다. 가까워진다. 근데 마일스가 멈춘다. 두렵다. 상처받을까봐.

거짓말이 터지다

잭의 거짓말이 들킨다. 스테파니가 안다. 잭이 곧 결혼한다는 걸.

화난다. 당연하다. 잭을 때린다. 헬멧으로. 코가 부러진다.

마야도 실망한다. 마일스한테. 왜 말 안 했냐고. 친구 거짓말 덮어줬다고.

관계가 깨진다. 여행이 망한다.

마일스와 잭이 돌아간다. 집으로. 아무것도 해결 안 됐다.

잭은 결혼한다. 예정대로. 코 부러진 채로. 신부한테 거짓말한다. 자전거 사고라고.

마일스는 혼자다. 여전히.

시간이 지난다.

마일스가 소포를 받는다. 마야한테서. 편지가 들어있다.

"당신 소설 읽었어요. 좋았어요. 다시 만나고 싶어요."

마일스가 운다. 차에 앉아서.

그리고 간다. 마야한테. 조심스럽게.

마야가 문을 연다. 놀란다. 웃는다.

영화가 끝난다. 여기서.

해피엔딩인지 모른다. 둘이 다시 시작할지도 모른다. 명확하지 않다.

근데 희망은 있다. 마일스가 용기를 냈으니까.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이런 영화를 잘 만든다. <어바웃 슈미트>, <네브라스카>. 다 비슷하다.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 근데 깊다.

<사이드웨이>도 그렇다. 거창한 사건 없다. 그냥 여행 가고, 와인 마시고, 사람 만나고.

근데 그 안에 인생이 다 들어있다.

캘리포니아 풍경이 아름답다. 포도밭, 언덕, 와이너리. 평화롭다.

음악도 좋다. 재즈 베이스. 편안하다.

속도가 느리다. 급하지 않다. 와인 숙성되듯이 천천히 진행된다.

어떤 사람한테는 지루할 수 있다. 액션 없고, 극적인 반전도 없고.

근데 그게 매력이다. 일상적이라서.

폴 지아매티 연기가 정말 좋다. 우울한 중년 남자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자조적인 유머, 패배감, 외로움. 다 보인다.

토머스 헤이든 처치도 잘했다. 겉으로는 가볍고 무책임한데, 속으론 불안하다. 그것도 보인다.

버지니아 매드슨이 인상적이다. 마야가 따뜻하다. 성숙하다. 마일스를 이해한다.

피노 누아르 대사 장면. 그게 이 영화 최고 장면이다. 와인 설명인데 인생 이야기다.

샌드라 오는 코미디 타이밍이 좋다. 스테파니가 발랄한데, 화나면 무섭다. 잭 패는 장면 웃기면서도 통쾌하다.

실패한 사람들의 위로

<사이드웨이>는 실패자들 이야기다.

마일스는 작가로 실패했다. 소설이 안 팔린다. 출판사가 거절한다. 남편으로도 실패했다. 이혼했다.

잭은 배우로 실패했다. B급 TV 드라마 단역이 전부였다. 이제 늙었다. 기회도 없다.

마야는 대학원 중퇴했다. 웨이트리스로 산다.

스테파니는 잘 모르겠다. 근데 시골 와이너리에서 일한다. 꿈이 있었을 텐데.

모두 실패했다. 기대만큼 안 됐다.

근데 영화는 말한다. 그래도 괜찮다고. 실패해도 살아간다고. 와인처럼 천천히 익어간다고.

완벽할 필요 없다고. 불완전해도 의미 있다고.

개봉 후 피노 누아르 판매가 급증했다고 한다. 마일스가 좋아했으니까. "메를로는 안 마셔"라는 대사 때문에 메를로 판매는 떨어졌다고.

웃긴 현상이다. 근데 영화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와인 애호가들이 이 영화를 좋아한다. 당연하다. 와인이 많이 나오니까.

근데 와인 몰라도 된다. 나도 와인 잘 모른다. 그래도 좋았다.

와인은 도구다. 인생을 말하는.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았다. 당연하다. 각본이 좋다. 대사가 자연스럽다. 실제 대화 같다.

평단 평가도 좋았다. 로튼 토마토 97%. 거의 만점이다.

흥행도 괜찮았다. 저예산 독립 영화치고는. 입소문으로 퍼졌다.

제목이 "Sideways"다. 옆으로, 비스듬하게.

인생이 그렇다. 직선으로 안 간다. 옆길로 새고, 돌아가고.

마일스와 잭의 여행도 그렇다. 계획대로 안 된다. 엉뚱한 일이 생긴다.

근데 그 옆길에서 뭔가 발견한다. 마야, 스테파니, 그리고 자기 자신.

옆길이 나쁜 게 아니다. 오히려 거기서 진짜를 만난다.

<사이드웨이>는 조용한 영화다. 시끄럽지 않다. 화려하지도 않다.

근데 오래 남는다. 와인처럼. 시간 지날수록 생각난다.

중년이 되면 더 와닿을 것 같다. 실패의 무게를 알면.

지금도 좋지만, 나중에 다시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런 영화다.

마일스가 마지막에 마야한테 가는 장면. 문 두드리는 장면.

용기 내는 거다. 다시 시작하는 거다.

그게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다.

늦지 않았다고. 다시 해볼 수 있다고.

와인잔 기울이며 천천히 보면 좋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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