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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세상의 끝 - 말해지지 않는 것들의 무게

by lazypenguinclub 2025.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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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세상의 끝

2016년 자비에 돌란 감독 작품이다. 가스파르 울리엘, 마리옹 꼬띠아르, 레아 세이두, 뱅상 카셀, 나탈리 베이가 나온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근데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12년 만에 집에 돌아온 남자 이야기다. 가족을 만나러. 중요한 말을 하러.

근데 말을 못 한다. 끝까지.

루이(가스파르 울리엘)는 극작가다. 성공했다. 34살. 12년 동안 집에 안 갔다. 가족이랑 연락도 안 했다.

이유가 있다. 죽는다. 곧. 병 때문에. 가족한테 말하려고 온 거다.

집에 도착한다. 어머니 마르텔(나탈리 베이), 형 앙투안(뱅상 카셀), 여동생 수잔(레아 세이두), 형수 카트린(마리옹 꼬띠아르)이 있다.

어색하다. 당연하다. 12년 만이니까.

대화가 시작된다. 근데 엇나간다. 계속.

루이가 말하려고 한다. 중요한 걸. 근데 기회가 안 온다.

가족들이 말을 쏟아낸다. 질문, 불평, 추억, 원망. 멈추지 않는다.

형 앙투안이 화난다. "왜 연락 안 했어? 엄마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루이가 대답 못 한다.

카트린이 개입한다. 형수다. 루이를 처음 본다. 좋은 인상 주려고 한다. 근데 어색하다. 말이 많아진다. 긴장해서.

수잔은 조용하다. 오빠를 본다. 말없이. 그리워했다는 게 보인다.

어머니는 복잡하다. 기쁘면서도 원망스럽다. 아들이 떠났었으니까.

식탁에 앉는다. 밥 먹는다. 대화가 계속된다.

앙투안이 폭발한다. "넌 항상 그랬어! 떠나고, 무시하고!"

루이가 참는다. 말 안 한다.

"내 인생은 어때? 나는? 여기 남아서 힘들게 사는데, 너는 도시에서 잘 살잖아!"

질투다. 열등감이다. 형이 동생한테.

카트린이 말린다. 근데 소용없다.

수잔이 운다. 조용히.

어머니가 앉아있다. 아무 말 못 한다.

집 안이 전쟁터가 된다. 말의.

클로즈업의 압박

돌란이 얼굴만 찍는다. 엄청 가까이.

눈, 입, 표정. 땀, 눈물. 다 보인다.

숨 쉬는 소리까지 들린다.

불편하다. 너무 가깝다. 숨막힌다.

그게 의도다. 가족의 압박감. 답답함.

공간도 좁다. 거의 집 안에서만 찍었다. 거실, 식당, 마당.

밀폐된 느낌이다. 탈출구가 없다.

색감도 어둡다. 붉은색, 갈색. 무겁다.

음악도 강렬하다. 클래식. 감정을 증폭시킨다.

대사가 쏟아진다. 멈추지 않는다. 겹친다. 동시에 말한다.

혼란스럽다. 누가 뭐라는지 헷갈린다.

그게 현실이다. 가족 싸움의.

루이는 계속 듣는다. 말 안 한다. 못 한다.

밤이 된다. 루이가 마당에 나간다. 담배 핀다.

수잔이 온다. 옆에 앉는다.

"오빠, 왜 왔어?"

루이가 보고만 있다.

"뭔가 말하고 싶은 거 있지?"

루이가 고개 끄덕인다. 근데 말은 안 한다.

수잔이 운다. "나도 오빠 보고 싶었어."

루이가 안는다. 말없이.

아침이 온다. 떠날 시간이다.

여전히 말 못 했다. 죽는다는 걸.

가족들이 배웅한다. 어색하게.

루이가 차에 탄다. 돌아본다. 가족을.

차가 떠난다.

끝이다.

말하지 못한 것

루이는 왜 말 못 했을까?

기회가 없어서? 아니다. 있었다.

용기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아니면 말해봤자 소용없어서? 아마 이거다.

가족이 들을 준비가 안 됐다. 자기 말만 했다. 루이 말은 안 들었다.

소통이 안 된다. 가족인데.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데 제일 멀다.

사랑하는데 이해 못 한다.

이게 이 영화의 핵심이다.

자비에 돌란은 1989년생이다. 이 영화 찍을 때 27살이었다.

천재 소리 듣는다. 19살에 첫 영화 만들었다. <아이 킬드 마이 마더>.

계속 가족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 형제, 정체성.

<단지 세상의 끝>은 원작이 있다. 장뤽 라가르스의 희곡. 무대극이다.

돌란이 영화로 만들었다. 희곡 특성을 살렸다. 대사 중심, 제한된 공간.

배우들이 미쳤다. 프랑스 최고 배우들이다.

가스파르 울리엘은 2022년 세상을 떠났다. 스키 사고로. 이 영화가 대표작 중 하나다. 말없이 모든 걸 표현한다. 고통, 후회, 사랑.

뱅상 카셀은 분노를 폭발시킨다. 형의 열등감, 상처. 무섭다.

레아 세이두는 조용히 운다. 여동생의 그리움. 절절하다.

마리옹 꼬띠아르는 어색함 속에서도 진심을 보여준다. 형수가 가족이 되려고 애쓴다.

나탈리 베이는 어머니의 무력함을 표현한다. 아들을 잡을 수 없는.

다섯 명의 연기가 충돌한다. 감정의 전쟁이다.

칸에서 심사위원대상 받았는데 야유도 받았다. 관객한테.

너무 불편해서. 너무 답답해서.

평단도 갈렸다. 걸작이라는 평, 과잉이라는 평.

돌란 팬들도 실망한 사람 많았다. 이전 영화들이 더 좋다고.

<마미>(2014)가 특히 좋았다. <아이 킬드 마이 마더>도.

<단지 세상의 끝>은 다르다. 더 절제됐다. 화려함이 없다. 얼굴만 있다.

어떤 사람한테는 지루하다. 대화만 계속되니까.

어떤 사람한테는 압도적이다. 감정이 너무 강렬해서.

나는 힘들었다. 보기 숨막혔다.

근데 인상적이었다. 오래 남는다.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 가족은? 소통하나? 이해하나?

아마 아닐 거다. 대부분 가족이 그렇다.

사랑하지만 상처준다. 가까우면서도 멀다.

<단지 세상의 끝>은 쉬운 영화가 아니다. 재밌지도 않다.

근데 진실하다. 가족의 민낯을 보여준다.

추천하기 어렵다. 취향 많이 탄다.

돌란 팬이라면 봐야 한다. 논란 많았던 작품이니까.

배우 연기 좋아한다면 볼 만하다. 다섯 명 다 최고니까.

근데 각오해야 한다. 불편하다. 답답하다. 해피엔딩 없다.

제목이 "It's Only the End of the World". 단지 세상의 끝.

죽음도 결국 세상 끝일 뿐이다. 근데 말 못 한다. 가족한테.

그게 제일 슬프다.

가장 중요한 말을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못 하는 거.

영화가 그걸 보여준다.

불편하게, 아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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