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즐링 주식회사
2007년 웨스 앤더슨 감독 작품이다. 오언 윌슨, 에이드리언 브로디, 제이슨 슈워츠먼이 나온다.
세 형제가 인도 기차 여행을 한다. 그게 전부다. 근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프랜시스(오언 윌슨)는 장남이다.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얼굴에 붕대를 감았다. 왜 사고 났는지는 나중에 알게 된다. 자살 시도였다.
피터(에이드리언 브로디)는 차남이다. 아내가 임신했다. 근데 불안하다. 아빠 될 준비가 안 됐다. 아버지 유품을 가지고 다닌다. 선글라스, 벨트, 면도기.
잭(제이슨 슈워츠먼)은 막내다. 작가다. 전 여자친구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 계속. 아직도 못 잊었다.
세 형제가 1년 동안 연락 안 하고 살았다. 아버지 장례식 이후로. 프랜시스가 둘을 부른다. 인도로. "영적 여행을 하자."
기차 이름이 다즐링 리미티드다. 인도를 가로지른다. 실제 기차는 아니다. 영화를 위해 만든 거다.
내부가 웨스 앤더슨 스타일이다. 파스텔 톤, 대칭 구도, 세밀한 소품. 완벽하게 정돈됐다.
형제들이 탄다. 각자 짐이 많다. 루이비통 가방들. 아버지 유품도 있다.
여행 일정을 프랜시스가 짰다. 라미네이팅까지 했다. 분 단위로. "09:47 - 차 마시기", "11:23 - 사원 방문".
근데 계획대로 안 된다. 당연하다.
형제들이 싸운다. 계속. 사소한 것들로. 누가 창가 자리 앉느냐, 누가 약 더 먹느냐.
피터가 아버지 선글라스를 쓴다. 프랜시스가 화낸다. "그거 내 거야!" 사실 아버지 거다. 근데 형제들이 다 갖고 싶어한다.
싸우다가 화해하고, 또 싸운다. 진짜 형제 같다.
기차에서 내린다. 사원을 간다. 인도 풍경이 아름답다. 색감이 선명하다. 주황, 노랑, 초록.
한 소년이 물에 빠진다. 강에서. 형제들이 구하러 뛰어든다. 피터가 먼저 간다. 소년을 구한다. 근데 다른 소년이 죽는다.
장례식에 참석한다. 마을 사람들과. 말은 안 통한다. 근데 슬픔은 통한다.
이 장면이 영화 분위기를 바꾼다. 코미디에서 드라마로.
형제들이 깨닫는다. 죽음이 뭔지. 상실이 뭔지.
어머니를 찾아서
여행의 진짜 목적이 드러난다.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거였다.
어머니(안젤리카 휴스턴)는 히말라야 수도원에 있다. 수녀다. 아니, 정확히는 아니다. 그냥 거기 산다.
아들들이 찾아온다. 어머니는 반갑지 않다. "왜 왔어?" 차갑다.
아버지 장례식에도 안 왔다. 아들들이 섭섭하다. 왜 안 왔냐고 묻는다.
"너희 아버지랑 이혼했잖아. 갈 이유 없었어."
냉정하다. 아들들이 상처받는다.
하룻밤 머문다. 어색하다. 대화가 안 된다. 서로 기대했던 게 있었는데, 현실은 다르다.
다음 날 떠난다. 어머니가 배웅 안 한다. 그냥 방에 있다.
아들들이 실망한다. 화해를 기대했는데.
기차로 돌아간다. 침묵한다. 각자 생각에 잠긴다.
프랜시스가 말한다. "아버지 유품 버리자."
피터가 반대한다. "왜? 이게 전부인데."
"그래서 버리는 거야. 붙잡고 있으면 앞으로 못 가."
논쟁한다. 격하게. 감정이 폭발한다.
결국 던진다. 기차 밖으로. 선글라스, 벨트, 면도기. 하나씩.
날아간다. 인도 들판으로.
형제들이 본다. 사라지는 유품을.
상징적이다. 과거를 놓아주는 거다. 아버지를, 상처를, 집착을.
슬프지만 후련하다.
웨스 앤더슨 특유의 스타일이 가득하다.
대칭 구도. 모든 샷이 정확히 중앙이다. 인물도, 기차도, 풍경도.
파스텔 톤. 부드러운 색감. 눈이 편하다.
소품 디테일. 모든 것이 의미 있게 배치됐다. 우연이 없다.
슬로모션. 감정적인 순간에 천천히 보여준다. 음악과 함께.
음악이 좋다. 킹크스, 롤링 스톤스. 인도 음악도 나온다. 사랑스럽다.
근데 이게 문제일 수도 있다. 너무 스타일리시하다. 너무 예쁘다.
감정이 거리감 있게 느껴진다. 인형극 보는 것 같다. 진짜 사람이 아니라.
웨스 앤더슨 영화의 공통된 문제다. 형식이 내용을 압도한다.
<다즐링 주식회사>도 그렇다. 아름답지만 차갑다.
근데 완전히 차갑진 않다. 형제들의 관계는 따뜻하다. 다투지만 서로 아낀다.
오언 윌슨이 프랜시스를 잘 표현했다. 통제하려고 하지만 불안한 형. 리더 같지만 약한.
에이드리언 브로디는 침묵으로 연기한다. 말은 적은데 표정으로 다 보여준다. 아버지 그리워하는 모습.
제이슨 슈워츠먼은 막내답다. 철없고, 예민하고. 근데 사랑스럽다.
셋의 케미가 자연스럽다. 진짜 형제 같다.
불완전한 가족
웨스 앤더슨은 항상 가족을 다룬다. <로얄 테넌바움>, <판타스틱 Mr. 폭스>, <문라이즈 킹덤>. 다 그렇다.
가족은 완벽하지 않다. 다들 문제 있다. 소통 안 된다. 근데 포기 안 한다. 계속 시도한다.
<다즐링 주식회사>도 마찬가지다. 형제들이 망가졌다. 어머니는 냉정하다. 아버지는 죽었다.
근데 여행을 한다. 함께. 그게 중요하다. 완벽한 화해는 안 된다. 근데 함께 있다.
영화 마지막. 형제들이 또 다른 기차를 탄다. 달리는 기차에 뛰어오른다. 슬로모션으로.
가방을 버린다. 너무 무겁다. 달리기 힘들다. 하나씩 던진다.
짐을 버리고 가벼워진다. 그리고 탄다. 함께.
여행은 계속된다는 거다. 인생도.
<다즐링 주식회사>는 웨스 앤더슨 팬이면 좋아할 거다. 그의 스타일이 완벽하게 구현됐으니까.
근데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어떨까. 호불호 갈릴 거다.
예쁘지만 감정이 약하다. 드라마틱하지 않다. 조용하다.
나는 너무 좋았다. 완벽하진 않지만. 형제들의 여정이 와닿았다.
인도 풍경도 좋았다. 웨스 앤더슨 눈으로 본 인도. 동화 같다.
기차 여행을 좋아한다면 볼 만하다. 가족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더 그렇다.
짧다. 91분. 부담 없다.
느리지만 지루하진 않다. 계속 뭔가 일어난다. 작은 일들이.
<로얄 테넌바움>보다는 약하다. <문라이즈 킹덤>보다도.
근데 나쁘지 않다. 중간 정도.
웨스 앤더슨 필모그래피에서 필수는 아니다. 근데 팬이라면 볼 가치 있다.
형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거다. 싸우면서도 함께하는 관계.
여행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말. 이 영화가 그걸 보여준다.
완벽한 화해는 없다. 근데 계속 가는 거다. 함께.
그런 영화였다.